불교시) 암중모색 - 제3회 광수문학상 동상 수상작 - 송규성
◆암중모색(暗中摸索) / 송규성
달 밝은 날일수록 촛불의 위용이 초라하게 꺾임을
알라는 속세 선배의 말 귓등으로 들었던 젊은 날
분홍빛 과즙, 불빛 한 점, 살코기 한 조각에
무릎이 깨지면서도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던
지독히도 길었던 사춘기
그 사춘기의 거친 호흡들 이제는 먼 시간으로
덧없이 흘려보내고 초라한 암자에 앉은 지 오래
턱까지 치는 숨 참고 영겁의 시간 동안 산기슭을 돌아야
성불成佛하는 걸까
마른 풀잎 위 힘겹게 기는 미천한 달팽이라
성불하지 못하는 걸까
미혹으로 요동치는 젊은 날에 사바세계娑婆世界 등졌으나
출렁임이 사라진 늙은 날에야
깨달음을 얻는 늙은 중 될까
바람에 흩날리는 씨앗 안에 품은 영겁의 세월
악귀처럼 덕지덕지 들러붙는 사념들
돈오돈수頓悟頓修1)를 이룰까
돈오점수頓悟漸修2)는 이룰까
다시금 지긋이 눈 질끈 부여감고
예불禮佛 위한 법고法鼓를 둥둥 울리니
두들기는 법고 소리에
지옥 악귀들이 머리 조아리고 물러난다.
각주)-----------------
1) 돈오돈수(頓悟頓修) 오와 수를 한 순간에 모두 완성하는 것, 한 번에 깨닫는 것을 말한다.
2) 돈오점수(頓悟漸修) 깨달음 이후에도 점진적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. 한 번에 오와 수를 완성하지 못하고 수를 더해야 한다는 것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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